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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리뷰] F. 스콧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

by EYAEYAO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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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불빛'을 향한 쓸쓸한 꿈

1920년대 미국, '광란의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 불리던 시대. 금주법과 경제 호황, 재즈 음악과 광란의 파티가 뒤섞인 시절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제이 개츠비(Jay Gatsby).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택에서 향락을 즐겼지만, 정작 그는 파티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항상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건너 반짝이는 '녹색 불빛', 그 불빛 너머의 한 사람을.

그는 믿었다. 녹색 불빛, 그 미래, 매년 우리 앞에 물러나며 도망치는 그 꿈을.

1. '빛나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소설은 미 중산층 청년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증권업을 배우기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로 이사온 닉은, 이웃에 사는 수수께끼의 부호 개츠비와 가까워진다. 개츠비는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열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의 집에 몰려든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한 여인을 향한 깊은 그리움이 숨어 있다. 바로 닉의 사촌이자 유부녀인 데이지 부캐넌(Daisy Buchanan)이다. 개츠비는 가난했던 과거를 벗기 위해 돈과 신분을 쌓았고 그 모든 노력의 끝은 단 하나, 다시 데이지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이미 상류층 남편 톰과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고, 개츠비와의 재회는 오히려 더 큰 비극을 부른다. 데이지는 차를 몰다 사고를 내고, 그 책임을 개츠비에게 전가한 채 외면한다. 결국 개츠비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토록 떠들썩했던 파티는 순식간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2. 녹색 불빛, 그리고 과거로의 복귀

개츠비는 손을 뻗어 그 불빛을 잡으려 했지만, 불빛은 그의 손에 닿지 않았다.

 

녹색 불빛은 단지 데이지의 집에서 비치는 조명이 아니다. 그것은 개츠비가 쫒는 이상(Ideal), 그가 잃어버린 시간이며, 그가 믿고 싶어 한 아메리칸 드림의 환영이다. 개츠비의 가장 비극적인 점은 현실이 아닌 과거를 꿈꾸는 것이다. 그는 데이지와 함께했던 짧고 찬란했던 시간을 그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 너는 과거를 다시 살 수 없어.
- 왜 못해? 나는 반드시 그럴거야.

 

그의 대답은 맹목적인 희망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절망이기도 하다. 그의 집, 옷, 파티, 이름까지 모든 것이 데이지를 다시 붙잡기 위한 '무대 장치'이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 시절의 데이지가 아니다. 개츠비는 과거에 고정된 사랑을, 변해버린 현실에 투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3. 개츠비는 왜 '위대' 했는가?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 일까? 그는 부정한 수단으로 돈을 벌었고, 허영에 집착하며 환상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하지만 닉은 그를 경멸하지 않고, 오히려 마지막까지 그의 순수함을 기억한다. 개츠비는 세상이 타락해도, 사랑이 외면해도, 한 번 마음먹은 이상을 끝까지 쫓았던 인물이다. 그는 결국 실패했지만 그 실패조차도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의 진심과 고독, 그리고 꺾이지 않는 꿈이었다. 

그는 희망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내가 평생 본 그 누구보다도.

그는 어리석고 비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누군가를 믿고, 끝까지 원하는 것을 갈망했던 마음을 상기시켜준다.

 

4. 지금, 그리고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그 메시지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오늘날 우리는 SNS와 미디어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성공을 보며 비교당한다. 인플루언서의 파티, 럭셔리한 삶, 화려한 연애... 이 모든 것이 마치 '녹색 불빛'처럼 보인다. 그 불빛이 진정한 행복인지, 누군가가 '행복'이라고 정의해둔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츠비가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만든 화려한 자아처럼, 누군가는 오늘도 필터를 쓰고, 타인의 기준에 맞는 삶을 연출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삶에 대한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길은 어디인가?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배는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도, 미래를 향해 계속 노를 젓는다.

 

위대한 개츠비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도, 시대 비판도 아니다. 이 소설은 꿈을 꾸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꿈이 아무리 덧없는 환상일지라도, 그 꿈을 향해 손을 뻗는 인간의 모습 자체가 위대함의 본질임을 말한다. 개츠비는 죽었지만 그이 꿈과 순수한 열망은 누군가의 '불빛'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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