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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북리뷰] 괴테 - 파우스트

by EYAEYAO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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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끝, 구원은 가능한가

파우스트 박사는 학문에 지치고 삶에 환멸을 느끼는 중년의 지식인이다. 그는 수많은 학문을 탐독했지만 진리도, 행복도 발견하지 못한다.

"나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을 다 배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지하고 가련한 존재다."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지상에서 완전한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면, 죽은 뒤 영혼을 내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파우스트는 젊음을 되찾고, 마르그레트(그렌첸)이라는 순수한 소녀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결국 파멸을 부르고, 마르그레트는 아이를 잃고 미쳐 감옥에 갇힌다. 비극적 결말을 맞는 듯하지만, 마르그레트는 회개하며 구원받고 파우스트 역시 2부에서 자아와 진리를 향한 긴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이 여정은 천상의 구원으로 이어지며, 인간의 본성과 구원 가능성에 대한 괴테의 시선을 담아낸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파우스트]의 가장 중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진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으며, 과연 구원받을 수 있는가?" 파우스트는 학문도 종교도 이성도 감성도 탐구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그의 갈등은 단순한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욕망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나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싶었다. 존재의 근원, 하늘과 지옥, 모든 것의 시작을."

 

파우스트는 진리를 알고 싶어 하지만 그 욕망이 오히려 파멸을 부른다. 괴테는 이 모순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 지식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 욕망은 본질적으로 악한가?
  • 죄를 짓고도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종교적이면서도 철학적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인가, 인간의 또 다른 자아인가?

"나는 언제나 악을 의도하나, 결과는 선이 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단순한 '악마' 이상의 준재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조롱하면서도, 동시에 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그는 파우스트의 욕망을 자극하고 이끌지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함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괴테가 메피스토펠레스를 단순한 악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때로 냉소적이지만 유쾌하고 지적이며 인간 본성의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마르그레트와 여성상

마르그레트는 순수와 희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파우스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삶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녀는 죄를 짓고도 마지막에 회개하고 구원받는다.

"내가 무엇을 했건, 신께선 나를 용서하실 거예요."

이 문장은 매우 강한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괴테는 인간이 죄를 짓더라도, 진심어린 회개와 선한 본성이 있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현대와 파우스트 : 우리는 누구의 제안을 따르고 있나

[파우스트]는 19세기 고전이지만 현대 사회의 가치관, 소비문화, 자기계발 열풍과 관련하여 밀접한 메시지를 지닌다. 

  • 우리는 성공과 효율을 악마처럼 좇으며 인간다움을 잃고 있지 않은가?
  •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처럼 편리함과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그 대가를 묻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 '진짜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괴테의 '파우스트'는 단순히 한 인물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 안에 있는 파우스트, 혹은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인간은 실패 속에서도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

"그는 끊임없이 분투한 자. 그러니 우리가 그를 구원한다"   - 천상의 목소리, [파우스트] 제2부

 

괴테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꾸짖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의지" 그 자체가 구원의 열쇠라고 말한다. 파우스트는 실패했고, 유혹에 넘어갔으며, 때론 악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그렇기에 괴테는 그에게 구원을 허락한다. 완벽한 존재가 아닌,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인간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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