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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다시 읽기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 줄거리와 의미 해석

by EYAEYAO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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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를 키우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엄마입니다.

예전에는 지나쳤던 문장들이, 이제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이 공간에서는 그런 읽기의 기록을 조용히 담아두려 합니다.

고전문학, 현대소설, 아이와 함께 자라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 상처를 끌어안는 용기, 그리고 유년의 그림자

 

1. 서론 : 어른이 되어 읽는 유년의 고백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죄책감, 용서, 그리고 인간됨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린 시절의 선택이 얼마나 오래, 깊게 사람을 따라오는지 느끼게 된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아미르'가 아닌 그 곁에 있던 '하산'을 보게 되었다. 아무 조건 없이 주인을 따르는 하산의 모습에서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아이의 충성심과 불안이 떠올랐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감정이, 때로는 아이를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 줄거리 : 연을 쫓던 아이, 죄책감 속에서 다시 달리다

소설의 시작은 1970년대 아프가니스탄 카불이다. 부유한 가정의 아미르와 하인집 아들 하산은 같은 집에서 자라며 형제처럼 지낸다. 하지만 두 아이 사이에는 종족적, 계급적 경계가 있다. 아미르는 파슈툰족, 하산은 하자라족이다. 

어느 겨울, 연싸움 대회가 열린다. 아미르는 연을 날리고, 하산은 마지막까지 도망치는 연을 쫓는다. 그리고 그 순간, 하산은 큰 사건을 겪는다. 그런데 연을 쫓아 들어간 골목길에서 하산은 폭력과 굴욕의 사건을 겪는다. 아미르는 그 장면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하고 만다. 그 침묵은 두 사람의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게 바꾸어 놓는다. 

"나는 돌아섰고, 도망쳤다. 그가 울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본 것을 모르는 척하기를, 말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를 외면한 내 발걸음은 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

 

아미르의 고백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도망치는 감정의 속도를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고 전쟁이 터진 뒤 아미르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그날의 골목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옛 친구로부터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그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온 아미르는 하산이 이미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향에서 살아가다 탈레반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하산은 아미르의 집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고, 그 집을 노리던 무장세력은 그가 '하자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 죽였다. 하산의 아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고, 남은 건 어린 아들 '소랍'뿐이었다. 아미르는 이제야 과거 자신의 죄를 마주하고, 소랍을 지키는 일로 하산에게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하려 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 상처와 회복을 가로지르는 두 번째 연을 쫓는 시간으로 나아간다.

 

3. 해석 : 죄책감과 용서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

[연을 쫓는 아이]는 한 소년의 실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은 인간이 실수를 어떻게 마주하고 회복하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아미르는 오랜 시간 죄책감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 감정은 말없이 침전되며, 관계와 삶의 태도에 스며든다. 하산은 책 내내 복잡한 언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그는 묵묵히 행동한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요."라는 말 한마디에 그 모든 충성, 상처, 사랑이 담겨있다. 그 말은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과 닿는다. 아이가 자주 말하는 "내가 도와줄게", "엄마가 좋아서 그래" 같은 표현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말도 다 담기지 않는 진심이 있었다.

 

4. 마무리 : '실수해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알려주기 위해

아미르는 끝내 하산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 죄책감은 오래도록 그를 따라다녔고, 결국 아미르는 하산의 아이 '소랍'을 통해 늦은 고백과 책임의 형태를 다시 선택하게 된다. 아이에게 실수를 완전히 피하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다. [연을 쫓는 아이]는 그 사실을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주지만 결국은 우리 곁의 감정과 선택을 조용히 비추고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처럼 부모로서 다시 읽으신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댓글로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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