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켐 : 실재의 사회적 층위
뒤르켐은 사회학 발전에 중추적인 인물이다.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들에서 동떨어져 보이던 철학으로부터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주된 도덕적 문제들을 명백히 밝혀 주는 사회과학으로 결정적인 이동을 감행했. 뒤르켐은 프랑스 최초의 사회과학 교수로 보르도 대학에서 재직하다가 파리에 있는 소르본 대학으로 옮겨 가 교육학 및 사회학 분야 최초의 교수가 되었다. 드디어 사회학이 학문 기관에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뒤르켐의 영향은 사회학이라는 분과 자체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연구가 개별적인 상호작용에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사회적현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제도와 사회적 형식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특정 개인들보다 오래 존속한다. 따라서 이것들은 그 자체의 실체를 갖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개인주의적 심리학이나 추상적 철학으로는 적절하게 이해될 수 없다. 순수하게 사회학적인 설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뒤르켐의 용어로 우리가 '사회적인 것' 또는 사회적 삶이라 부르는 것은 개인 정신의 단순한 총합으로서의 개별적인 행위나 사고로 환원될 수 없다. 즉 현실의 독자적인 수준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왜 뒤르켐이 자살률, 사회적 연대, 종교와 같은 집합 현상과 사회적 사실에 주목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사실을 탁자, 교량, 건물과 같이 개인 외부에 있는 '사물'로 경험했다. 모두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그것들의 존재는 설명해야 할 것들이지 없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와 유사하게 사회적 사실은 개인들이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들의 행위 속에서 설명해야만 하는 '사물과 같은'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뒤르켐의 관점에 따르면 사회적 사실이 사물과 같은 실재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심리학은 집합적 현상을 다루는 사회학에 적절한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회 분업론'에서 뒤르켐은 기계적 형태의 연대와 유기적 형태의 연대 사이의 차이를 개괄했다. 기계적 연대는 개인주의가 최소화되고 개인이 집합성 속에 포섭되는 경우에 존재한다. 반대로 유기적 연대는 산업사회의 대규모 분업에 의해 발생하는데 산업사회는 유사성보다는 차이를 양산하며 경제적 상호 의존을 통해 결속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뒤르켐은 산업주의가 필연적으로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고 사회의 짜임새를 위협한다는 관념을 거부했다. 뒤르켐에 따르면 실제로 상호 의존의 더욱 강력한 유대는 연대의 유기적 형태 하에서 생겨난다. 이것이 개인 간의 차이와 집단의 목표 사이에서 더욱 균형이 잘 잡히도록 하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여기서 우리는 뒤르켐의 과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분석이 당대의 주요 도덕적 사회 문제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 산업사회는 어떻게 결집을 유지할 수 있을까?
평가
사회학에 대한 뒤르켐의 접근은 기능주의로 알려져 있다. 사회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 제도들이 함께 연결되어 변화하는 방식이 그렇다. 그런데 기능주의는 과거에는 사회학에서 매우 영향력이 컸지만 오늘날에는 쇠퇴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① 많은 비판자들이 기능주의가 합의를 설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갈등과 급진적인 사회 변동을 설명하기에는 덜 효과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② 뒤르켐의 기능주의가 인간에 대한 사회의 제약을 우선시해 개인의 창조적 행위에는 충분한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③ 기능주의적 분석은 목적과 필요를 사회 자체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교육 체계의 기능이 현대 사회의 필요에 따라 젊은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인이 욕구를 가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도 필요를 가진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것이 적절한 설명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대 경제는 당연히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교육 체계가 그것을 제공하는 최선을 방법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교육 체계가 현재의 형태로 전개되었으며, 과연 지금까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냐는 것이다. 기능주의는 이러한 물음들에 우선건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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