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슨스의 구조 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
1940년대~1960년대에는 구조 기능주의로 알려진 기능주의적 이론이 사회학의 중심 패러다임이 되었다. 파슨스는 뒤르켐, 베버, 빌프레도 파레토의 사상을 결합해 자신의 상표인 구조 기능주의를 만들었다. 구조 기능주의는 소위 '사회적 질서의 문제'로 부터 시작한다. 이 문제는 사회 속의 개인이 이기적이고 때로는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하면서까지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가 결집을 이룰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에 대해 토머스 홉스와 같은 철학자는 치안과 군사력을 갖춘 근대 국가의 등장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답하였다. 국가는 개인을 다른 개인으로부터 그리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대신에 시민은 자신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권력 행사를 수용한다. 본질적으로 국가와 각 개인들 사이에 비공식적인 계약이 존재하는 것이다.
파슨스는 이와 같은 해답을 거부했다. 그는 사회 규범에 대한 사람들의 순응을 단순히 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생산되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신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 규범을 가르치기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순응을 한다. 파슨스에 따르면 질서 잡힌 사회에 대한 이와 같은 헌신은 사회 규범이 개인에게 행사되는 외부의 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 과정에서 내면화 되어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사회는 그저 저기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회 질서에 대한 탁월한 사회학적 이해를 확립한 후 파슨스의 관심은 사회 체계 자체로 향했다. 그는 AGIL패러다임으로 알려진 사회 체계에서의 요구들을 확인해 주는 모델을 고안했다. 사회 체계가 지속되려면 네 가지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① 사회 체계는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자원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② 사회 체계는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착수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제가 필요하다.
③ 체계는 통합되어 있어야 하며 다양한 하위 체계들이 효과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④ 사회 체계는 자신의 가치와 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할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파슨스는 경제적 하위 체계는 적응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았고, 정치적 하위 체계는 사회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을 마련한다고 보았으며, 공동체 하위 체계는 통합 작용을, 교육 하위 체계는 문화와 가치의 전수 기능, 즉 잠재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았다.
<파슨스의 AGIL 도식> | |
사회체계 | |
적응 기능 경제적 하위 체계 (A) |
목표 달성 기능 정치적 하위 체계 (G) |
잠재성(체계 유지)기능 교육/사회화 하위 체계 (L) |
통합 기능 공동체 하위 체계 (I) |
구조 기능주의는 총체적인 체계와 그것의 요구에 우선권을 두는 체계 이론이 한 유형이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근본적인 이해관계의 갈등이라거나 사회의 질서 및 무질서가 생겨나는 상호작용의 과정에 관심을 덜 기울임으로 해서 합의와 동의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난에는 항상 취약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업은 로버트 머턴에게 넘어갔는데, 그는 좀 더 비판적인 기능주의를 추구했다.
로버트 머턴의 기능주의
머턴은 많은 사회학 연구들이 사회의 거시적 수준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의 미시적 수준에는 초점을 맞추었지만, 거시와 미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보았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그는 특정 영역이나 주제의 중간 수준을 다루는 중범위 이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훌륭한 사례가 그의 노동 계급의 범죄와 일탈에 관한 연구이다. 왜 노동계급에서는 절도 범죄가 많은가? 이에 대해 머턴은 물질적 성공이라는 문화적 목표를 조장하기는 하지만 낮은 사회계급 집단에게는 정당한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노동 계급의 범행은 그러한 상황에 처한 많은 젊은이들의 일종의 적응이라고 주장했다. 체계가 조장한 물질적 성공을 성취하고자 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사악하거나 구제불능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개조되어야 할 것은 사회의 구조였다. 이러한 명제로 머턴은 기능주의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시키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갈등 이론에 한 걸음 다가섰다.
머턴은 또한 명시적 기능과 잠재적 기능을 구분했다. 전자는 행위 결과로 관찰이 가능한 것이고, 후자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머턴은 잠재적 기능에 대한 연구로부터 사회의 작동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부족민들의 기우제를 관찰할 수 있는데 그것의 명시적 기능은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기우제는 계속 이루어진다. 왜일까? 기우제의 잠재적 기능이 집단의 연대를 형성하고 지속시키기 때문이라고 머턴은 주장한다. 비슷한 논리로 머턴은 제도들이 모종이 역기능적 요소를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기능의 존재는 그가 사회에 잠재된 갈등에 대해 파슨스는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논할 수 있게 했다.
1979년 파슨스가 죽은 후 제프리 알렉산더는 구조 기능주의의 이론적 결함과 씨름하면서 그 접근법을 부활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1997년에 이르면 알렉산더 조차 새로운 또는 신기능주의의 내적 모순은 그것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그는 기능주의적 가정을 넘어서는 사회학 이론의 재구축을 역설했다. 파슨스 식 구조 기능주의는 그 취지와 목적이 어떻든 간에 적어도 한 동안은 주류 사회학에서 물러서 있다.
파슨스의 사상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1945년 이후 점차 증대하는 풍요와 정치적 의견 일치에 대해 발언했다는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새로운 평화운동과 반핵운동, 미국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저항 및 유럽과 북미의 급진적 학생운동의 출현과 함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파슨스의 사상은 존립 기반을 상실한다. 바로 그때,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더욱 적합해 보이는 갈등 이론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된다. 세계화, 다문화주의, 변화하는 젠더 관계, 위험과 환경 악화 등의 이해는 새로운 이론화의 장으로 인도해 왔다.
'Soci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직적 상호작용주의, 현상학, 민속 방법론의 주요내용 (2) | 2024.12.24 |
---|---|
막스 베버와 자본주의 (0) | 2024.12.24 |
에밀 뒤르켐의 기능주의 (1) | 2024.12.23 |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혁명 (0) | 2024.12.23 |
사회학의 전통과 이론 (3) | 2024.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