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의 창시자들(3) : 해리엇 마티노, 이븐 할둔

등한시된 사회학의 창시자들

오귀스트 콩트, 에밀 뒤르켐,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는 의심의 여지없이 사회학의 창시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시기에 혹은 이전 시기에 중요한 공헌을 한 다른 사상가도 있다. 사회학은 많은 다른 학분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유한 장점을 지닌 중요한 사상가들을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고전주의' 시기였던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는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 집단이 전문적인 사회학자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사회학적 연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길 기회를 얻었던 소수의 사람들조차 사회학 내에서 종종 등한시되곤 했다. 해리엇 마티노나 이슬람 학자인 이븐 할둔 같은 중요한 학자들은 근래에 들어 사회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 해리엇 마티노(Harriet Martineau, 1802~1876)

해리엇 마티노는 최초의 여성 사회학자라 불리지만 마르크스와 베버처럼 사회학자로만 간주되지는 않는다. 마티노는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으며 방대한 양의 에세이와 함께 5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그녀는 콩트의 기초적 사회학 저서인 '실증주의 철학'을 영어로 번역해 영국에 사회학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마티노는 1830년대에 미국을 여행하며  '미국 사회'라는 책을 써서 처음으로 미국 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했다. 몇 가지 점에서 마티노는 오늘날의 사회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① 마티노는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제도를 포함하는 모든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사회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② 사회 분석에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 이전에는 무시되었던 결혼, 어린이, 가정과 종교적인 삶, 인종 간의 관계와 같은 문제에 처음으로 사회학적 관점을 적용했다.

마티노는 '육아실, 안방 그리고 부엌은 모두 사람들의 품행과 태도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학교이다'라고 썼다. 그녀는 사회학자들이 단순한 관찰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사회학자들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티노는 여성의 권리와 노예 해방의 적극적 옹호자였다.

 

2. 이븐 할둔(Ibn Khaldun, 1332~1406)

이슬람 학자 이븐 할둔은 지금의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튀니지는 그의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연구로 유명하다. 이븐 할둔은 많은 책을 저술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378년에 완성한 '역사 서설'이다. 여섯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오늘날 몇몇 학자들에게 사회학의 중요한 선구적 저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 서설'은 기존의 역사적 접근과 방법이 묘사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하며 사건의 숨은 의미들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조직의 과학' 또는 '사회의 과학'을 주창했다.

이븐 할둔은 그가 살던 시대의 유목과 정착 사회의 주요 특징들의 이해에 바탕을 둔 사회 갈등 이론을 고안했다. 이 이론의 핵심에는 '집단 감정' 또는 연대의 개념이 있다. 강한 집단 감정을 지닌 그룹이나 사회들은 약한 형태의 내부 연대를 지닌 것들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이븐 할둔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마그리비안(Maghribian)과 아랍 국가들의 흥망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통해 발전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현대 서구 역사사회학의 주된 관심사인 국가 형성 과정을 연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유목 종족인 베두인(Bedouin)은 매우 강한 집단 감정을 지향했고, 이를 통해 그들은 보다 약한 정착 도시 거주자들을 지배하고 새로운 왕조를 건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베두인들은 보다 도시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정착해 과거의 강한 집단 감정이나 군사력은 약화되고 말았으며, 이는 외부 적들의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런 과정이 국가의 흥망을 나타내는 장기적 사이클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서구의 역사가들이나 사회학자들이 이븐 할둔의 연구를 언급했으나 그의 연구는 매우 최근에 이르러서야 잠재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