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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북리뷰] 괴테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EYAEYAO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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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가 마주한 세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편지 속에서 그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한 뒤 경험하는 감정과 주변 인물에 대한 관찰, 그리고 무엇보다도 샤를로테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내면을 서술한다. 이야기는 베르테르가 전원적인 마을에 정착하면서 시작된다. 자연과 고전 예술에 심취한 그는 조용한 시골 생활에 만족을 느낀다.

"나는 여기에 않아 나뭇잎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는 자연 속에서 고전 회화와 문학,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단순한 삶에 몰입니다. 그러던 중 무도회에서 샤를로테를 처음 만난다. 그녀는 어머니를 잃고 아홉 명의 동생을 돌보는 성실하고 이타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단정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졌고,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녀가 사과를 자르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 단순한 몸짓이 왜 이토록 나를 사로잡는 것인가."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다. 그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베르테르와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베르테르는 자신이 그 관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정의 흐름은 논리로 제어되지 않는다. 그는 샤를로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만 결코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거리에서 괴로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르테르의 내면은 갈등으로 가득 찬다. 샤를로트의 다정한 말과 몸짓은 그에게 위안이 되면서도 동시에 고통의 근원이 된다. 그는 점차 일상생활에서도 무기력함을 느끼고, 지역 사회의 관습과 상류층 인사들과의 교류에서도 피로감을 느낀다. 그는 그의 일에서도 흥미를 잃고 "법은 삶의 온기를 앗아간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법률 문서를 읽고 있을 때면, 살아 있다는 감각은 점점 멀어진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베르테르는 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감정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였다. 그는 자신이 떠나온 곳에 여전히 마음이 붙들려 있음을 자각한다.

"내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녀 곁에 있다. 내 감정은 경계 너머까지 흘러간다."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 그는 점점 극단적인 정서 상태로 빠져든다. 샤를로트는 여전히 친절하지만 명확한 선을 긋고 있으며, 알베르트는 점점 불편함을 드러낸다. 베르테르는 감정의 파국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한다. 이후 그는 샤를로트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 정제된 말투로 작별을 고한다. 그녀는 그를 떠나보내며 울음을 터뜨리지만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날 밤 베르테르는 엘베르트에게서 권총을 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장례는 조용히 치러진다. 알베르트와 샤를로트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떠들썩한 사건이 아닌 침묵 속에 놓여 있는 하나의 결말로 기록된다.

 

감정의 밀도와 그로 인한 거리

베르테르의 감정은 이상화와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그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자 하며, 그것을 거짓 없이 표현하는 것이 삶의 진실에 가깝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 진실은 언제나 타인의 입장과 충돌하며, 때로는 타인을 옥죄기도 한다. 샤를로트는 베르테르에게 친밀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은 우정이나 연민에 가까운 것이며, 자신의 약속을 벗어나지 않는다. 베르테르는 그녀가 자신을 완전히 거절하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실은 스스로 만든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나는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그러나 나는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감정이 강렬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되거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베르테르의 정서는 거짓이 아니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하는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단지 낭만주의적 비극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괴테는 베르테르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되, 그것을 찬양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며,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베르테르의 죽음은 충동이라기보다는 예고된 선택이었다. 그는 이미 삶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고, 샤를로트와의 관계는 그 마지막 균형을 무너뜨린 계기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연애에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어떻게 지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도 볼 수 있다. 

"나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떠난 것이다."

 

단순한 비극을 넘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한 사람의 감정을 바라보게 만드는 동시에 그것이 어디까지 타당한지 묻는다. 괴테는 감정이 부풀어오르고, 무너지고, 침잠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 그것은 사랑의 본질이나 죽음의 의미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불균형이 시대를 가로질러 유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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