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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한강 - 채식주의자 평범한 여성의 '고기 거부'가 불러온 균열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식습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녀의 내면에서 일어난 급진적인 변화와 저항의 발현이었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채식'이라는 행위가 개인, 가족, 사회 전체에 어떤 균열과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세 개의 연작 중편을 통해 보여준다. 첫 번째 이야기인 는 남편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평범하고 조용하며 특별한 욕망이 없던 아내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단지 "고기가 싫다."라고 말하며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린다."꿈을 꾸었어요. 끔찍한 피비린내 나는 꿈을." 남편은 아내의 변화에 불쾌함을 느끼고,.. 2025. 6. 14.
[북리뷰] 이상 - 날개 방 안에 갇힌 '나', 그리고 날개를 꿈꾸는 자.이상의 '날개'는 주인공 '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내면 중심적 이야기이다. 작품은 이름조차 없는 '나'가 어둡고 폐쇄된 공간인 하숙방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지만,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있고, 그 관계는 '아내의 보살핌을 받는 남자'라는 불균형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보내고, 자신이 언제 잠들고 깨어났는지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아내가 외출한 후 방에 남아 책을 들춰보거나, 하숙집 마당을 내려다보거나, 거울을 보며 자신을 관찰하는 등 극도로 무기력한 상태로 시간을 보낸다. 그는 느끼는 하루는 "습기 찬 공기 속에서 흐릿하게 부유하는 시간"과 같.. 2025. 6. 13.
[북리뷰] 헨리크 입센 - 인형의 집 완벽한 가정, 그 안의 균열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19세기 유럽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과는 과정을 그린 사회 비판극이다. 주인공 노라는 은행원 남편 헬메르 토르발트와 세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남편은 그녀를 '작은 새', '종달 새', '어린 다람쥐'라 부르며 다정하게 대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라는 단지 장식용 인형처럼 다뤄지는 존재이다. 극 초반에 노라는 과거 남편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몰래 위조 서류를 꾸며 돈을 빌린 사실이 밝혀진다. 이 일을 두고 노라를 협박하는 인물은 은행 직원 크로그스타드이다. 노라는 이 사실이 남편에게 발각되면 자신이 오해받을까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2025. 6. 12.
[북리뷰] 괴테 - 파우스트 인간 욕망의 끝, 구원은 가능한가파우스트 박사는 학문에 지치고 삶에 환멸을 느끼는 중년의 지식인이다. 그는 수많은 학문을 탐독했지만 진리도, 행복도 발견하지 못한다."나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을 다 배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지하고 가련한 존재다."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지상에서 완전한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면, 죽은 뒤 영혼을 내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파우스트는 젊음을 되찾고, 마르그레트(그렌첸)이라는 순수한 소녀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결국 파멸을 부르고, 마르그레트는 아이를 잃고 미쳐 감옥에 갇힌다. 비극적 결말을 맞는 듯하지만, 마르그레트는 회개하며 구원받고 파우스트 역시 2부에서 자아와 진리를 향한 긴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이 .. 2025. 6. 10.
[북리뷰]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 사랑보다 먼저 온 감정들영국 시골 마을에 사는 베넷 가에는 다섯 명의 딸이 있다. 그 중 둘째 딸 엘리자베스 베넷은 총명하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당시 여성상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다. 어느 날 인근에 부유한 신사 찰스 빙리가 이사 오고, 그의 친구 다아시도 함께 등장한다. 빙리는 베넷 가의 장녀 제인과 서로 호감을 나누지만, 다아시는 무뚝뚝하고 오만해 보이는 태도로 사람들의 반감을 산다. 엘리자베스 역시 그를 처음부터 불쾌하게 여기고, 후에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오해로 더욱 냉소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책임감 있고 자상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알게 되고, 다아시 역시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며 변화를 시도한다. 서로를 잘못 이해하고 평가했던 .. 2025. 6. 5.
[책리뷰] F. 스콧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 '녹색 불빛'을 향한 쓸쓸한 꿈1920년대 미국, '광란의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 불리던 시대. 금주법과 경제 호황, 재즈 음악과 광란의 파티가 뒤섞인 시절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제이 개츠비(Jay Gatsby).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택에서 향락을 즐겼지만, 정작 그는 파티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항상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건너 반짝이는 '녹색 불빛', 그 불빛 너머의 한 사람을.그는 믿었다. 녹색 불빛, 그 미래, 매년 우리 앞에 물러나며 도망치는 그 꿈을.1. '빛나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소설은 미 중산층 청년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증권업을 배우기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로 이사온 닉은, 이웃에 사는 수수께끼의 부호 개츠비와 가까워.. 2025. 6. 4.